일상의 기록/주간잡담

[2021] 12월의 4

헤르메스_Hermes 2021. 12. 26. 04:49

또다시 정신없는 한 주가 지나갔다.

이제는 한 주의 마무리가 곧 한 해의 마무리와 가까워지는 시즌이다.

 

이전에는 새해가 온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 설레고 기분이 좋았었던 것 같다.

정신없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이제 다시 새롭게 뭔가를 시작할 수 있을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굉장히 들떴었다.

떡국을 먹고, 나이도 먹고,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이 들어 자랑스럽기 까지 했었던 것 같다.

 

이제는 나이가 좀 들어버린 것일까, 해가 바뀌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다.

올해 10월 들어서부터 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었다. "아니 벌써 연말이야?" "아니 뭘 했다고 벌써 연말이래?" "좀 있으면 벌써 26살이야?" 

 

그렇다. 이제는 1주일만 지나면 이 몸은 26살이 된다.

물론 아직 사회에서는 햇병아리에 불과한 나이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내 자신에 대해 온전한 책임을 져야함이 당연히 기대되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나이라는 방패뒤에 숨어 무능력한 모습을 보였을 때, "아 아직은 어리니까 그럴 수 있지"가 아니라, "무책임하다", "나이값 못한다", "추하다", "왜 저러고 살까" 등의 반응이 되돌아오는 나이가 된 것이다.

 

아직 인생에서 이룬것이 없는데, 나이만 먹어가는 현실이 서글프다. 

16살의 내가 상상했던 26살의 모습은 과연 이런 모습이었을까?

16살의 내가 상상했던 만큼 능력있고 멋있는 사람이 되는데 보기좋게 실패하고 신세한탄이나 끄적이는 지금의 내가 과연 바람직한 26살의 모습이 맞는것일까?

 

평소 부정적인 생각을 오래 담아두지 않으려 많은 노력을 하지만, 항상 해가 바뀌는 시즌에는 이런 생각들로 마음이 괴롭다.

애써 잊으려 해도 머릿속에서 잘 떠나지 않고 마음속 아픈 곳에 계속해서 상처를 준다.

별로 생산적인 생각들도 전혀 아닌데 쓸데없이 머릿속을 맴돌며 사람을 괴롭게 한다.

어느순간부터 매년 연말마다 이런 생각이 들어, 이제는 연말이 그다지 즐겁지 않다. 

긍정적인 생각

하지만 어쩌겠냐. 꼴사납게 신세한탄만 한다고 달라지는건 없다. 

감정만 상하고 멘탈만 나가고 컨디션만 안 좋아지겠지.

생산적이지 못한 생각들에 필요 이상의 자원을 투자하는 것 역시도 이제는 너무 어린 행동이다. 26살이나 잡숴버리신 내 나이값에는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거다.

 

정신 차리자. 그토록 능력있고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면,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앉았을 시간에 공부를 하자.

논문 한 편을 더 읽고, numpy docs를 한 줄 더 읽고 (내 연구주제랑 관련이 좀 있어서 ㅇㅇ), 코드 한 줄을 더 쓰자.  

긍정적이고 밝은 것들만을 생각하며 항상 좋은 컨디션으로 미래를 향해 정진하도록 하자.

 

올해 들어 깨달은 것 중, 특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 긍정적인 생각의 힘이다.

단순히 힘들고 괴로운 것을 모른척하고 그저 욜로하자는 차원이 아니다.

일상을 살아가고 일을 하는데 있어, 긍정적인 생각이 곧 생산성과 직결됨을 많이 느꼈고, 그렇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걷어내고 가능한 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하루하루 살아가자는 것이다.

 

공부가 어렵다고, 일이 잘 안풀린다고 부정적인 생각들에 잠식되어 있으면, 멘탈이 나가고 의욕이 떨어져서 결국 능률이 떨어지는 것 같다.

매일같이 왕복 3시간 반의 전쟁같은 출퇴근을 견뎌내고 9시간의 공부/일을 능률적으로 처리하려면 매일매일 컨디션 관리에 적지 않은 신경을 써야만 하는데, 멘탈이 무너지면 컨디션도 같이 무너지는 경험을 꽤 많이 한 것 같다.

이 멘탈관리도 이제는 컨디션 관리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쓸데없이 멘탈이 무너지면 똑같은 일정을 수행하더라도 능률이 확 떨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은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최대한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며 멘탈 컨디션을 관리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당연히 잘 안된다. 어렸을 적 부터 자기비판적인 생각에 익숙해져 있던 나머지, 어떠한 상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다.

그래도 계속 노력해야지. 앞으로 험난한 인생을 계속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다.

멘탈 관리도 컨디션 관리의 하나이다. 명심하자.

학기의 마무리

지루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제는 보다 일상의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주를 끝으로 이번학기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개인적으로 꽤나 다사다난했던 학기였다고 생각하기에, 꼭 이렇게 글로써 한학기를 회상하고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가장 골머리를 썩힌 일이 있다면 바로 조교 일이다.

자료구조라는 학부 과목의 조교를 한학기동안 맡아 일을 하게 되었다.

자료구조는 학부 저학년 과목이기에 수강생이 굉장히 많다.

이번학기에도 무려 201명이 수강신청을 하였고, 학기 종료 시점에 남은 학생은 130명 남짓이었지만 이 역시도 상당한 수치다.

 

사실 수강생이 이토록 많아진 데에는 비하인드가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그러하듯 내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수강신청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인원이 폭주한 나머지 수강신청 당일 트래픽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어. 서버 자체가 통째로 죽어 모든 학생들이 동등하게 수강신청을 못했다면 그나마 문제가 안된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일부 학생들은 원활하게 접속하여 수강신청이 가능했고, 일부는 접속조차 불가능했다는 것. 

다시 말해, 일부 학생들에게만 수강신청 사이트가 열렸다는 것이다. 

 

당연히 학내 여론은 뒤집어졌지. 애초에 말이 안되는 사태였고, 그로 인해 학생들이 말도 안되는 피해를 입었으니 민심이 뒤숭숭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원하는대로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은 학교 측에 이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였다.

본인의 의지와는 아무 관계없이 억울하게 수강신청에 실패하였으니, 당연히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긴 했다.

당장 같은 학교를 다니는 내 친구도 이것 때문에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고 하니,, 

 

학교 측에서 나름의 대책을 세워 각 과사에 전달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공필수 과목에 대해 정원 외 신청을 가능한 한 반려하지 말고 모두 받아 줄 것. 이것이 모든 재앙의 시작이었다.

정원 외 신청이란, 이미 많은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여 정원이 꽉 찬 과목에 대해, 교수의 재량하에 정원을 초과하는 인원이 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제도이다.

부득이하게 수강신청을 하지 못한 학생들이 정원 외 신청 허가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보화본부가 내놓은 대첵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맡았던 자료구조 과목은 학부 저학년 과목임과 동시에 전공필수이다. 당연히 이러한 조치의 대상이 되었던 것.

따라서 원래 정원 120명으로 편성되었던 과목에 수많은 학생들이 정원 외 신청을 하였고, 가능한 한 이들을 반려하지 말라는 과사의 권고사항으로 인해 무려 81명이 추가로 수강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201명 이라는 초대형 강의가 탄생한 것이다.

 

수강인원이 많아지면 조교의 업무도 덩달아 많아진다.

당장 이들이 하는 질문의 수가 많아질 것이고, 채점해야 하는 과제/시험의 양이 많아지고, 받아내야하는 클레임의 양도 많아진다.

조교수당은 과목을 불문하고 동일하기에, 수강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가성비 측면에서 무조건 손해다. 

덕분에 한 학기동안 수많은 수강생들에 시달리며 정신없는 한 학기를 보내야만 했다. 일을 하는 중에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제 와서 생각해봐도 그것들이 전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다.

 

내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똥은 학교가 쌌는데 치우는건 내가 해야 된다고?

애초에 정보화본부의 실수를 각 과사무실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조치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당신들의 실수로 수강신청 단계에서의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인데, 이것을 순전히 각 과목을 담당하는 교수와 조교의 노동력으로 메꾸라는 거잖아. 이게 갑질이 아니면 뭘까.

 

다만 대학원생이라는 신분의 특성상 학교를 상대로 어떤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굉장히 큰 리스크를 동반하기에, 입으로는 욕을 하면서도 일은 묵묵히 해낼 수 밖에 없었다.

싫어하는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안 하는 성격이지만, 그렇기에 이번 학기가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윗대가리의 실수로 인해 재미도 없고 싫은 일을 더 많이 해야했기 때문.

 

뭐 아무쪼록 학기가 마무리 되었고, 조교 업무도 마무리가 되어서 지금은 속이 후련하다.

다행히 다음학기에는 조교 일을 하지 않게 되어 이 역시도 마음이 놓인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산발적으로 일이 발생하는 조교 업무로 부터 해방되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후련하다.

이제는 좀 더 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니, 긍정적인 마인드로 열심히 살아보자.

 

학기의 마무리라는 부제를 달아놓앗지만, 막상 이야기를 꺼내놓고 보니 조교 일 말고는 없네.

그만큼 조교 일이 지난학기동안 내 일상에서 대부분을 차지한 어마어마한 이벤트였고,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것만 기억나는게 아닐까.

물론 좋은 기억은 아니다. 따라서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정산타임이니 만큼,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잊어버리는게 좋을 것 같아 장황하게 끄적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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