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주간잡담

[2022] 2월의 3

헤르메스_Hermes 2022. 2. 20. 05:05

사실 코로나로부터 완치된지도 얼마 안됐고, 컨디션 회복을 위해 이번주 내내 집에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이야기 거리가 없다.

안그래도 일상이 매우 단조로운 사람이라 무언가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면 이야기 거리를 찾기 위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해야하는데, 이번주와 같이 거의 집에만 있었던 주에는 정말 할 이야기가 없다.

딱히 이야기할만 한 일상 스토리가 없기 때문에, 그냥 평소에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을 두서없이 풀어보려 한다. 덕분에 지루한 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의 교통정리

평소 머릿속에 많은 생각을 담아두려 하지 않는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생각이 많아지면 그것들이 교통정리가 안 되서 항상 요상한 결론이 도출되더라.

나는 평소 생각과 행동이 다소 충동적인 사람이다. 물론 굉장히 좋지 않은 습성임을 알고있고, 따라서 일이나 공부를 할 때에는 이러한 충동을 최대한 배제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그 반대급부로 일을 하지 않는 일상속에서 이러한 충동과 무지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가 있다.

무언가를 구매할 때나 어떤일을 계획할 때 등등 면밀하게 따져보지 않고 짧은 생각으로 일을 처리할 때가 일상에서 자주 발생한다.

지난달에 갔다 온 바다여행때가 레전드였다. 초 단위로 여행계획이 바뀌는 기묘한 경험을 했기 때문.

아마 같이 간 친구가 있었다면 진심펀치 맞았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줏대없고 한심하게 보일까.

 

나는 생각이 없는 사람인가? 결코 아니다.

앞서 써놓은 것만 보았을 때는 믿기 힘들겠지만, 나는 평소에도 굉장히 많은 생각과 고민, 걱정들을 달고 산다.

일 적인 것에 대한 고민부터 정말 사소한 일상 고민까지, 정말 자잘한 것 하나하나가 모두 생각과 고민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생각의 깊이. 자잘한 고민들이 단발성으로 끝난다면 크게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고민들이 꼬리를 물고 무한대로 이어지기 시작하면 정말 답이 없다. 나의 경우가 그렇다.

 

"내일 몇 시에 일어나지?", "7시 반에 일어나면 될까?", "지금이 1시 반이니까 대략 6시간 정도 자겠네?", "나는 보통 30분 정도 뒤척이다 잠에 드니 실수면시간은 5시간 반 정도 되겠지?", "성인 권장 수면량은 일일 최소 6시간이라는데, 5시간 반은 좀 적지 않을까?", "이 정도 자고 일어나도 내일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출근할 수 있을까?", "아니면 30분 정도 더 자서 8시에 일어나는 건 어떨까?", "출근시간이 30분 늦어질텐데 그건 문제 없으려나?", "그건 그렇고 그 시간에 일어나면 다른 가족들이랑 출근 준비시간이 겹칠텐데 그러면 출근 시간이 더 늦어지지는 않으려나?", "아니 그러면 좀 일찍 드러누우면 되는 거였잖아. 이 시간이 되도록 난 뭘한건데?", "오늘은 실패했다 치고 내일부터라도 좀 일찍 누워서 잠을 청하자. 12시 반이나 늦어도 1시쯤엔 눕자.",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과 비교해서 무엇을 바꿔야 하지?", "기타연습 시간을 좀 줄여야 하나?", "퇴근을 좀 빨리할까?", "아니 어차피 퇴근을 빨리해도 러시아워라 평시 퇴근이랑 비슷할텐데", "유튜브 보는 시간을 포기해야하나?", "하, 무언가 하나는 포기해야 되네. 근데 퇴근시간은 포기를 못하고, 결국 여가시간 중 하나를 포기해야 돼. 인생 X같네 ㅅㅂ"

 

굉장히 두서없고 긴 생각들의 나열이다. 놀랍게도 매일 밤 잠에 들기 전에 항상 하는 생각들이다.

아니 다음날부터 일찍 자겠다고 했으니 그렇게 하면 다 해결 되는 거잖아? 왜 저 생각들을 매일 하는건데?

슬프게도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나머지, 이 생각이 어디서 부터 출발했는지, 이 생각을 왜 한건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등을 다음날이 되면 쏠랑 까먹게 된다.

따라서 다음날이 되어도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은 채 다시 똑같은 생각을 반복한다. 정말 바보같지 않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저 생각들이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된 셈이다. 생산성이 제로인 무의미한 생각인 것이다.

그래서 저 취침 전 생각들의 결론이 뭔데?

"아몰라 걍 대충살고 주말까지 버텨 ㅅㅂ" ..  

ㅋㅋㅋ 놀랍지 않나.

내가 평소에 충동적인 이유가 여기서 설명이 된다.

전형적으로 사공이 넘쳐나서 배가 하늘로 승천하는 케이스다. 

아무런 쓸모없는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무한대로 흘러가다 보니, 이 생각들의 본래 목적조차 망각하고 이상한 결론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사실 이건 엄밀히 말하면 충동적인 것은 아니다. 보통 충동적이다 하면 생각없이 막 내지르는 걸 이야기 하지 않나.

근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입장이고, 나를 보는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충동적인 사람으로 보일만 하다. 무언가 건설적인 고민을 거친 결정이 아니라, 항상 요상한 결론을 내리고 그대로 실행하기 때문에.

 

평소 머릿속에 많은 생각을 담아두려 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생각이 많아질라면 끝도 없이 많아지는 타입이고, 많아진 이 생각들의 절대다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쓰레기와 같기 때문에, 인생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간결한 사고회로를 통해 내린 결론이 훨씬 더 생산적이고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일 적으로 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는 보통 이 방식을 택한다. 장황하게 고민하지 않고, 간결한 논리적 사고만으로 결론을 도출한 뒤 그대로 실행한다. 

장황한 고민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일을 할 때는 이를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고, 이제는 일상에서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

길고 장황한 고민이 결론적으로는 충동적 행동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가져오는 역설적인 상황인 것이다.

생각의 교통정리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인 것 같다. 불필요한 생각들을 덜어내고 생산적인 생각들만 남기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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