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계획대로라면, 길고 행복했던 휴가를 끝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할 시점이었다.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그러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를 아래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COVID-19 Confirmation
굉장히 거창하게 부제를 가져와봤다.
그만큼 나에게 있어서는 어마어마한 사건이었기 때문.
그렇다. 코로나에 걸렸다.
지난 2년간의 팬데믹 상황동안 세계적으로 많은 공포와 불안을 야기한 희대의 역병이었지만, 그럼에도 나와는 큰 관련 없으리라 생각했다.
매일같이 그 복잡한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서 공부하고 일하고 밥먹고 대화하고 말하고 듣고 쓰고 오만것들 다 해왔으니까.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등 변이가 속출할 때도 나 자신은 커녕 내 주변에도 확진 사례가 많지 않다보니, 그저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다.
국내에 코로나가 퍼지기 시작한지 만 2년, 드디어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
어느 경로로 걸렸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최근 일일 확진자가 5만명에 육박하면서 역학조사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
증상발현 이전 3,4일간의 이동경로를 생각해보면, 정말 연구실-집-연구실-집 말고는 없다.
학교 출근하는 버스,지하철에서 or 연구실 안에서 or 학식 먹다가 걸린것이다.
근데 이건 평소에도 하던 것이다. 작년 한 해동안 매일같이 반복한 지겨운 일상일 뿐이다.
왜 작년에는 멀쩡하다가 이제와서 걸린걸까? 의아했다.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면서 그 전파력이 굉장히 높아진 탓일까.
작년과 지금이 다른 점은 단 하나다. 우세종의 종류 및 그 전파력. 작년에는 전파력이 비교적 낮았고, 올해에는 매우 높다.
그렇다면 작년과는 다르게 강력한 전파력으로 무장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에 희생된 것이다 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억울한 점이 있다면, 난 평소와 같이 개인 위생 및 방역에 굉장히 철저했다는 것.
나처럼 매일같이 집 밖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하루에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마주치기 때문에 개인 방역에 있어서 철저하게 신경을 써야만 한다.
마스크 착용 및 손 소독은 기본, 출퇴근시에 내 개인 책상 및 용품들을 모조리 소독했고, 집에 와서는 내가 가지고 들어온 모든 물건들 + 옷들을 소독했다.
그만큼 코로나가 싫었다. 내가 걸리기도 싫었고, 나로 인해 내 가족들이 걸리는 것은 그 이상으로 싫었다. 그래서 이토록 개인 방역에 열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결국 걸렸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개인 방역을 위한 각종 노력들, 심지어는 두 차례의 화이자 백신 마저도 모두 물거품이 된 거다.
나의 사례도 그렇고 주변의 확진사례도 그렇고 많은 경우에, 개인 방역을 소홀히 하지 않았음에도 확진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미크론이 감기와 같은 수준이라고 하더니, 실제로 감기와 같은 전파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감기라는 병이 그렇지 않나. 내가 어디서 왜 걸린건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우리가 코로나 만큼 감기를 막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쓰지는 않지만, 그래도 감기라는 병은 뚜렷한 원인없이 그냥 랜덤으로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미크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개인 방역을 철저하게 하고 두 차례의 백신 접종을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걸리는 것을 보면, 이제 코로나는 랜덤이다. 재수없으면 걸리는거다.
따라서 이제는 코로나를 예방하기 위해 조심하는 행위들이 이전만큼은 의미가 없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전파력은 이제 감기와 거의 같다. 다만, 내가 겪은 증상은 그 이상이었다.
우선 검사당시 체온이 38.7도였고, 그 이후 근 3-4일간 비슷한 수준의 고열이 유지되었다.
처방받은 해열제를 먹으면 열이 떨어졌지만, 6시간정도만 지나도 약발이 떨어져 다시 열이 오르기를 반복했다.
나는 고열이 나면 편두통이 같이 오는데, 이 편두통이 며칠간 계속되서 미치는 줄 알았다.
왼쪽 머리에 지끈지끈하는 통증이 간헐적으로 발생했는데, 이것이 몇 시간도 아니라 며칠간 지속되어 굉장히 힘들었다.
약한 펀치라도 똑같은 곳에다가 계속 때리면 어느순간 부터는 미친듯이 아프지 않나.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위치에 계속해서 통증이 발생하니, 나중에는 정말 견디기 힘들정도로 아프더라. 다행히 처방받은 해열제를 먹고 열을 내리니 편두통도 많이 가라앉았다.
더 큰 문제는 극심한 인후통. 바이러스가 기도 윗부분에 침투하여 목을 엄청나게 붓게 만든 뒤 극심한 인후통을 유발하는 것이 오미크론의 주요 증상이라고 한다.
나 역시도 코로나 검사 당시 목이 살짝 부어있었고, 경미한 통증이 있었다. 그리고 이 증상은 날이가면 갈수록 심해져 이틀 뒤에는 정말 물을 삼키기 힘들정도로 목이 너무 아프더라.
손으로 목을 만지면 그 붓기가 느껴질정도로 심하게 편도가 부어있었다. 정말 어떻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목이 진짜 너무너무 아팠다.
밥을 삼킬 수 없어서 근 이틀간을 죽으로만 끼니를 해결했고, 그마저도 목이 너무아파 얼마 먹지도 못했다.
물을 삼키는 것도 아파서 약을 먹는 것도 매우 힘들었다.
말소리도 안나왔다. 말을 꺼내려 하면 굉장히 목이 아플 뿐더러, 통증을 참고 말을 하려 해도 목이 너무 부어있어 소리가 아예 나오지를 않았다.
바이러스가 목을 꽉 잠궈버린 것이다. 때문에 밥도 못먹고 물도 못마시고 약도 못먹고 말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바보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굉장히 무기력하더라.
정말 다행히도 코로나 확진판정 후 4일쯤 지나서야 서서히 인후통 증상이 호전되었고, 6일째에 되어서는 통증이 말끔히 없어졌다.
아직 상처가 다 아문것은 아닌건지, 이 글을 쓰는 아직까지도 목소리가 완전히 돌아오지는 않고있다. 아직 쉰 목소리가 나고, 기침 증상이 남아있어 말을 오래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인후통 자체는 완전히 사라져서 기분이 좋다. 정말 이것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인후통이 가라앉은 이후에도 발열증상은 계속되었다.
계속해서 고열이 유지되었고, 해열제로 열을 낮춰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르는 상황이 1주일 가까이 반복되었다.
확진판정 이후 정확히 1주일쯤 지나니, 그때서야 해열제 없이도 열이 안오르더라.
물론 사람마다 코로나 확진 이후의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고생 좀 하는 사람들도 있고.
앞서 적었듯이, 나는 고생을 좀 한 편이다. 확진판정 후 1주일이 조금 넘은 지금도 아직 기침 증상이 남아있다. 말끔하게 증상이 사라지지는 않은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코로나는 감기 보다는 아픈 병이었다.
1주일동안 고열이 유지되었고, 극심한 편두통에 인후통까지.
1주일의 자가격리 기간동안 너무 아파서 정말 아무것도 못했다. 집에 있게 되었으니 이참에 그동안 못읽은 논문들이나 찬찬히 읽어볼까도 생각했지만, 정말 너무 아파서 그마저도 못하겠더라.
어쩔 수 없이 휴식에 집중했다. 밥먹고 약먹고 유튜브 보고 넷플릭스 보고 드러누워 자고.
코로나 조심하라는 말은 이젠 함부로 못하겠다.
이젠 개인이 조심한다고 안걸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만 난 코로나에 걸려서 고생을 좀 했기 때문에, 혹여 누군가가 코로나에 걸린다면 증상의 경중을 떠나서 몸관리 정말 잘하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참고로 인후통 경감에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효과가 좋다더라. 대표적으로는 타이레놀이 있다. 나도 한참 인후통 심할때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바로 타이레놀 두 알을 집어 먹었는데, 꽤 효과가 좋더라. 물론 이것도 약발이 떨어지면 다시 통증이 돌아오는데, 그러면 또 먹으면 된다. 타이레놀의 도움을 좀 많이 받았다.
혹여 오미크론에 감염되어 극심한 인후통으로 고생한다면, 즉시 타이레놀을 두 알 복용하기를 권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한 알로는 크게 효과를 느끼지 못한 것 같다. 500mg 기준으로 두 알 먹으면 그게 그렇게 효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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